Chapter 16

못한 때이므로 할례를 바치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할례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오늘날이면 할례로 인한 상처쯤은 한 주일이면 거뜬히 낫겠지만, 당시에는 덧나면 한두 달씩 가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애굽 땅에서 구출해 내기 위해 일을 시작한 무렵에는 이스라엘 민족은 저마다 할례를 이미 받았지만, 시일이 10년, 20년 지나감에 따라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가운데는 할례를 받지 않은 자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주위 환경의 여하를 막론하고 여호와의 명령을 준행하는 것이 도리임에도 불구하고 모세가 거느리는 이스라엘 민족 중에 이처럼 할례를 받지 못한 무리가 날로 늘어간 것은 모세의 불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즉 그것은 여호와의 말씀에 순종치 않는 죄과였던 것입니다.

할례는 여호와와 인간 사이의 언약의 표시로, 그것은 율법 이전의 것입니다. 즉 할례로 하나님의 백성을 정해 놓고 나서 그 백성들이 지킬 율법이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 사람이 미국 시민권을 먼저 얻은 연후에 미국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미국 법률이 적용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브라함을 택하여 믿음의 조상으로 삼고, 그와 그 자손에게 할례를 바쳐서 여호와의 백성을 만든 다음에, 모세를 통하여 이들이 지킬 율법을 주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브라함을 할례의 조상이라고 한다면 모세는 율법의 조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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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겠습니다.

모세가 광야의 생활을 하며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어 오면서 할례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후계자 여호수아는 할례 산에서 집단적으로 할례를 실시하였습니다. 40년 후에 이스라엘 민족이 요단강을 건넜을 때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부싯돌로 칼을 만들어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다시 할례를 행하라.”(수5:2)고 지시하였던 것입니다.

(3) 복된 언약

대체 무엇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홍수로 인간을 멸했다가는 다시 살리고, 다시 살려서는 언약을 맺고 법도를 주시는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하실까요? 그것은 여호와께서 태초에 예정하신 뜻을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신학에서 소위 ‘예정론’에 대하여 논란이 많지만, 성경에 말하는 예정이란 여호와의 뜻을 미리 예정했다는 의미이지, 구체적인 개인, 그러니까 이 서방, 박 서방을 미리 구원하기로 예정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칼뱅의 ‘절대예정설’ 같은 것도 그가 예정을 육적으로 해석한 데서 그런 오류를 범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와 역사를 어디까지나 영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즉 성령과 악령의 투쟁으로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성경의 깊은 말씀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성령을 충만히 받지 않고서는 말씀을 깊이 쪼갤 수 없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여호와는 태초에 인간을 당신의 형상과 똑같이 지었습니다. 즉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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