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7

이윽고 이방인 고넬료가 보낸 사람들을 맞아들이라는 성령의 지시가 있으므로,(행10:19-20) 이들 이방인을 따라가서 할례를 받지 않은 고넬료라는 사람을 서슴지 않고 만났던 것입니다. 이것은 베드로로서는 획기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네 발 가진 짐승과 기는 것과 공중에 나는 것들’이란 모세의 율법에 어긋나는 모든 것을 가리키며 ‘속되고 깨끗하지 못한 물건을 먹지 않았다.’는 것은 할례의 법도와 모세 율법 아래 살아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한 베드로가 할례를 받지 않은 이방인과 교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이 금계(禁戒)를 깨뜨려 버렸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계시로 ‘이방인도 깨끗하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말하였습니다.

“유대인으로서 이방인과 교제하는 것이 위법인 줄 너희도 알거니와, 하나님께서 내게 지시하사 아무도 속되다 하거나 깨끗지 않다 하지 말라 하시기로 부름을 사양치 않고 왔노라.”(행10:28-29) 이후로 베드로는 이방에도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훗날 예루살렘에서 바울과 율법주의자들 사이의 논란이 있은 후 비로소 사도들도 이방인에게 할례를 요구하지 말 것을 결의하였습니다.(행15장 참조) 그리고 이때를 전후하여 이미 바울의 주장이 어지간히 받아들여져 말발이 서게 되었습니다. 바울이 여기까지 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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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

기에는 실로 10여 년의 긴 세월이 흘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베드로를 ‘게바’라고 하나님이 주신 칭호로 깍듯이 존대해 온 과거와는 달리, 베드로의 소행이 바울의 눈에 거슬리면 책망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바울과 베드로의 위치가 바뀐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바울의 등 뒤에는 언제나 주께서 동행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바울이 베드로를 책망한 것은 이런 일 때문이었습니다. 하루는 베드로가 안디옥에서 이방인과 함께 식사를 하다가 할례와 모세의 율법에 충실한 야고보의 추종자들이 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자리를 같이한 다른 유대인들과 함께 도망쳐 버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바나바도 끼어 있었습니다. 바울은 이것을 보고 실로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드로가 무할례자인 이방인과 함께 회식하여도 하나님의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견지에서, 즉 바울의 주장에 동조하여 이방인과 어울렸으면 야고보의 추종자들에게도 떳떳이 자기 소신을 밝힐 일이지, 자리를 같이한 자들과 함께 율법주의자들 보기가 면구스러워 도망을 친다는 것은 대 사도인 베드로의 취할 바 태도가 아니며, 그가 얼마나 줏대 없는 사람인가를 드러내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베드로 장본인의 입장으로는 자기 위신을 먼저 생각한 처사였겠지만, 요컨대 그는 이 정도로 믿음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 바울을 따르던 바나바까지도 덩달아 베드로의 뒤를 따르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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