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 바로 세례 요한이었습니다. 그들은 세례 요한이, “천국이 가까웠다.”고 외치면서 물세례를 줄 적에 그가 메시아인 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그는, 가문으로 보나, 위풍으로 보나, 그리고 언변으로 보나 당당하였습니다. 그러나 세례 요한은 자기를 가리켜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라고 증거하고, 곧 자기로서는 신들메도 풀 수 없는 메시아가 나타난다고 예고하자 그들의 가슴은 더욱 부풀어 올랐습니다.
세례 요한은 제사장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당시에 제사장이라면 교권을 손에 쥔 사람으로, 신앙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세도가 대단하였으며, 따라서 백성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한 것이었습니다. 하긴 여호와께서 세례 요한이 이와 같이 지체 높은 집안에 태어나도록 섭리하신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주님의 길 예비자로서의 그에게 사람이 많이 따르게 하여 메시아가 왔다는 소식을 믿음직스럽게 뭇사람들에게 전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만일 세례 요한이 주님처럼 천한 집안에 태어났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를 따르는 사람이 불과 몇 안 되고, 또 그의 말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메시아의 증거가 흐지부지될 우려가 있습니다.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소리 높여 외치면서 물세례만 주었을 뿐, 별로 권능을 행하지 않았는데도(요10:41) 사람들이 ‘그가 혹시 메시아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 것만 보아도 그의 가문과 지위와 비중이 얼마나 컸던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