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7

그때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 바로 세례 요한이었습니다. 그들은 세례 요한이, “천국이 가까웠다.”고 외치면서 물세례를 줄 적에 그가 메시아인 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그는, 가문으로 보나, 위풍으로 보나, 그리고 언변으로 보나 당당하였습니다. 그러나 세례 요한은 자기를 가리켜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라고 증거하고, 곧 자기로서는 신들메도 풀 수 없는 메시아가 나타난다고 예고하자 그들의 가슴은 더욱 부풀어 올랐습니다.

세례 요한은 제사장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당시에 제사장이라면 교권을 손에 쥔 사람으로, 신앙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세도가 대단하였으며, 따라서 백성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한 것이었습니다. 하긴 여호와께서 세례 요한이 이와 같이 지체 높은 집안에 태어나도록 섭리하신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주님의 길 예비자로서의 그에게 사람이 많이 따르게 하여 메시아가 왔다는 소식을 믿음직스럽게 뭇사람들에게 전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만일 세례 요한이 주님처럼 천한 집안에 태어났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를 따르는 사람이 불과 몇 안 되고, 또 그의 말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메시아의 증거가 흐지부지될 우려가 있습니다.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소리 높여 외치면서 물세례만 주었을 뿐, 별로 권능을 행하지 않았는데도(요10:41) 사람들이 ‘그가 혹시 메시아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 것만 보아도 그의 가문과 지위와 비중이 얼마나 컸던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262 에덴의 메아리1권
Chapter 27

요한의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회개하고 하나님을 보다 충실히 섬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대 나라를 되찾아 좀 더 잘 살 수 있는 길이 없나 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세례 요한의 입에서, 자기 뒤에 신들메를 풀기도 감당 못할 진짜 메시아가 온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러니 응당 세례 요한보다도 메시아는 월등 높은 가문에서 태어날 줄 알았습니다. 세례 요한으로 말하면, 제수를 아내로 삼은 헤롯왕의 비행을 직접 규탄할 정도요, 감옥에 넣은 후 왕이 그의 목을 자를 수밖에 없게 되자 몹시 고민할 정도였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세례 요한이 자기 뒤에 올 메시아의 신들메도 풀 수 없다니, 사람들은 곧 자기들의 눈앞에 나타날 메시아에 대하여 얼마나 어마어마한 존재로 생각했겠습니까?

그런데 사실은 기대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즉 그들 앞에 메시아로 나타난 장본인은 다름 아닌 나사렛 동네의 목수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세례 요한이 혹시 정신 이상이라도 걸리지 않았나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를 구세주로 따른 것은 비천하고 무지한 가난뱅이나 병자 정도이고, 소위 내로라하는 자들은 다 외면하였습니다. 계산이 안 맞는 고로, 즉 그들이 바란 것은 육이지 영이 아니었으므로. 이른바 상류층 사람들은 모두 외면하였기 때문에, 사공 베드로나 세리 마태와 같은 당시에 바닥에서 첫손에 꼽히는 자들이 사도의 영예를 누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님은 변두리서부터 하늘의 도를 전파하기 시작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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