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교역생활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날의 받은 은혜는 나의 뇌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와 같이 교역을 하다 그만둔 동지들은 이곳저곳의 다른 교회로 나갔으나, 나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박 장로님을 통해 받은 은혜의 향수에 젖어 살았으나 늘 마음이 컬컬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촌전도관에 나가던 최현 장로님께서 ‘에덴의 메아리’ 1집을 가지고 우리 가게에 와서 나에게 전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별로 받아들이지 않자 책을 놓고 그냥 갔습니다. 1975년에는 2집, 1976년에는 3집, 1977년에는 4집을 갖고 오셔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놓고 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바쁜데다가 별로 관심도 없어 읽어 보지도 않았습니다. 아니 그보다도 박 장로님을 배반하는 것 같아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 장로님의 사모님, 윤 권사님은 집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하다못해 시장까지도 줄줄 쫓아다니며 전도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1978년 여름에, 나는 혹시 두 번째 감람나무가 정말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해서 몰래 혼자 에덴성회에 와 보았습니다. 설교하시는 총회장님의 음성은 박 장로님의 음성과 꼭 같았습니다. 그 말씀은 어찌나 오묘한지, 머리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간간이 향취가 내 코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나는 가슴이 뿌듯해 오고 눈물, 콧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토록 사모하던 옛 은혜가 연결된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영광도 돌리기 전에 제단을 빠져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