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1

이번에는 길을 건너 좀 멀리 갔습니다. 까만 정장을 하신 목사님이 퍽 위엄이 있어 보였고,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성자 같았으며, 음성이 매우 좋으셨습니다. 설교 제목은 ‘혼인 잔치의 초대’였습니다.

“많은 음식을 차려 놓고 주인이 초대를 했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오지를 않았습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들로 극장으로 백화점으로 놀러 가느라고 하나님의 초대에 응하지 못했으나, 여러분은 이 거룩한 성일에 교회에 나와 머리를 조아리니, 하나님께서는 갸륵하게 보시고 기뻐하시어 구원을 주실 겁니다.”

아! 구원을 얻는다. 참으로 듣기 좋은 말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당신이 지으신 이 많은 인간들이 모두 지옥을 가면 당신인들 편안하시겠어? 어디든 교회에만 다니면 되겠지. 글쎄 전도관은 엉터리라니까.’ 하면서 나는 마음이 평온해졌습니다. 한편, ‘이렇게 구원이 쉬우면 걱정이 없겠다.’ 하고 나는 소돔과 고모라 성을 생각했습니다. ‘거기에는 그렇게 의인이 없었다는데….’

설교가 시시하다, 교인들의 수준이 낮다, 분위기가 안 좋다, 성가대가 시시하다 하면서 나는 1년이 넘도록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습니다. 그동안 참 편했습니다. 적당히 볼일이 있으면 예배를 빠질 수 있었고, 아까운 헌금도 억지로 안 하고, 나를 구속하는 것이 없이, 가고 싶을 때만 가서 말씀을 듣고 찬송하는 것으로 나는 만족했습니다.

옆 반의 목사 사모님께서,

206 신앙간증담
Chapter 21

“조 선생, 그렇게 떠돌아다니지 말고, 한군데 입적하세요. 그래야 신앙도 자라고 결정적인 순간에 목사님이 책임을 지지요.”

하고 말했습니다. 하긴, 나도 그렇다고 수긍을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시어머니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 집에 목사님 두 분이 심방을 다니시면, 이게 무슨 꼴이람.’ 하지만 시어머니는 도무지 요지부동이셨습니다. 그러나 나도 양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마음속 깊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갈등이 일어 고통이 반복 되었습니다.

어느 날 나는 시어머니께 여쭈었습니다.
“저, 제가 다른 교회에 나가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시어머니는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네가 그러겠다면 할 수 없지 않겠니?”
“한 집에 이념이 다른 두 목사가 드나들어도 될까요?"
“그건 괜찮다. 내가 죽거든 그때만 에덴성회에서 장례를 치러주면 된다.”

시어머니는 서슴없이 말씀하시고, 놀라시지도 않으셨습니다. 내 방에서 교회 주보를 보시고 이미 눈치 채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없이, 성가 화음이 좋고, 실내 장식도 잘 되어 있고, 분위기가 마음에 들며, 설교 말씀이 훌륭하고, 의자가 안락한 우이중앙교회를 택하여 입적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1982년 새 아침이 되었습니다.
“이왕이면 새해부터 교회에 나가자!”

신앙간증담 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