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호사 물음에 주소, 이름, 나이 등을 또렷이 대었습니다. 한참을 더 기다리다, 호명을 듣고 진찰실로 들어갔습니다. 잘 꾸며지고 정돈된 방에, 의사는 나이가 약간 들어 보였습니다. 바로 전에 내 병세에 대해 남편과 잠시 이야기가 있었나 봅니다. 면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주머니, 어디가 불편하세요?”
하고 의사가 물었습니다.
“아주머니라니요? 내가 선생이니까 선생님이라고 불러 주세요.”
“아, 그러세요.”
“저어, 내일이 저희 학교 출근일인데 내가 아프다고 이 사람이 나를 못 가게 합니다.”
“아, 그래요?”
의사는 뭔가 계속 기록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순간 정신이 혼미해지고, 또다시 신과의 접촉이 시작되었습니다.
“야! 네까짓 게 뭘 알아? 그래도 서울대학을 나왔다고? 내 동생도 서울대학을 나왔어. 네까짓 것 10명이 다 덤벼들어도 나를 고칠 수 없어. 가서 더 많은 의사들을 불러와!”
하고 나는 갑자기 의사를 향해 소리를 쳤습니다. 나는 간밤에 서울대학을 나온 많은 의사들이 여기저기 모여서 의논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남편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소리치는 것을 듣고 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