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

접을 짐승의 보좌에 쏟으니, 그 나라가 곧 어두워지면서 여러 가지 재앙이 내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계17:13) 이것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마귀, 곧 용이나 짐승에게 보좌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좌란 본시 영광을 받기 위한 것으로, 마귀도 그 세계에서는 자기를 섬기는 무리로부터 영광을 받는 것이다.

내가 이상 중에 본 바에 의하면, 여러 면에서 이 마귀의 보좌는 하나님의 보좌와는 대조적이었다. 즉, 하나님의 보좌는 궁창 둘을 지나, 이른바 ‘셋째 하늘’에 자리 잡고 있으나, 마귀의 보좌는 공중 권세를 잡아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차단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보좌에서는 일곱 가지 휘황찬란한 빛이 눈부시고 그림자가 없으며, 천군 천사가 호위하고 있는데, 마귀의 보좌에서는 빛이 없고 어둠침침하고 짙은 안개로 가려 있으며, 그 졸개들이 호위하고 있다.

본문에 보면 용이 졸개에게 “자기의 능력과 보좌와 권세를 주었다.”고 하였다. 능력과 권세는 똑같이 힘을 의미하지만, 능력은 예컨대 이적이나 기사 같은 것을 가리키며, 권세는 지배력을 의미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이 권세는 크게 하나님의 권세와 마귀의 권세로 나눌 수 있으며, 예를 들어 계시록에 나오는 ‘만국을 다스릴 권세’(계2:26)가 전자의 것이요, ‘흑암의 권세’(골1:13)가 후자의 것이다.

그리고 여기 한 가지 덧붙여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본문에 “큰 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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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주었더라.” 하고 과거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것은 요한이 이상을 보았기 때문에 과거지사(過去之事)로 기록했을 뿐, 실은 앞으로, 즉 마지막 때에 이루어질 일이다. 성경에는 이와 같이 미래에 있을 이상이나 계시를 보고 나서, 과거로 표현한 대목이 적지 않다.

그의 머리 하나가 상하여 죽게 된 것 같더니, 그 죽게 되었던 상처가 나으매 온 땅이 이상히 여겨 짐승을 따르고, 용이 짐승에게 권세를 주므로 용에게 경배하며 짐승에게 경배하여 가로되, “누가 이 짐승과 같으뇨? 누가 능히 이로 더불어 싸우리요.” 하더라.(13:3-4)

세 번째 영의 싸움에서, 짐승의 머리 일곱 개 중에서 하나만 상하고, 11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나님의 두 증인은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즉, 승리는 우선 마귀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창세기에는 이 싸움에 대하여 일찌감치 이렇게 예고하고 있다. 즉, 여호와께서 아담과 하와를 꾀어낸 뱀에게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창3:15) 그리고 이 싸움에서 용이 상처를 받아 죽게 된 짐승의 머리를 곧 낫게 해주자, 땅에 있던 무리들은 신기하게 여겨 승리자(마귀)의 편을 따르고, 용이 짐승에게 권세를 주었으므로 용과 짐승에게 경배를 하게 된다. 즉, 땅의 무리가 이처럼 미혹되는 것이다.

또 짐승이 큰 말과 참람된 말하는 입을 받고, 또 마흔두 달 일할 권세를 받으니라. 짐승이 입을 벌려 하나님을 향하여 훼방하되,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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