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4

나의 왕을 거룩한 산 시온에 세웠다”(시2:6)고 했다. 이것은 주님이 이스라엘에 탄생될 것을 예고한 것이다. 시온 산은 예루살렘 동쪽 언덕을 가리키며, 사도 요한이 잘 알고 있는 고장이다. 이와 같이 여호와께서는 계시를 보여주실 때, 언제나 당시의 상황과 여건에 맞춰서 이해하기 쉽도록 하신다. 만일 이 경우에 요한에게 시온 산이 아니라, 서울의 남산을 보여주신다면, 요한은 낯선 곳이라 상당히 어리둥절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시온 산을 보여주신 것이며, 그것은 천국을 상징하고 있다.

이 시온 산에 주님(어린 양)과 14만 4천의 성도들이 서 있다. 그러니까 주님이 제일 높은 꼭대기에 서 계시고, 14만 4천의 성도들이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주님과 가까운 높은 곳에 서 있는 성도가 있고, 제일 아래 기슭에 주님과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는 성도가 있는데, 이것은 성도의 서열에 의해 자연히 그렇게 자리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들 14만 4천 속에는 물론 사도 요한도 끼어 있다.

14만 4천의 의로운 성도들은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천년성에서 주와 더불어 왕 노릇하며, 심판하는 권세가 부여되는데,(계20:4) 이들 중에는 선지자와 사도 및 신, 구약 시대의 순교자들로, 이마에 하나님과 어린 양의 인침을 받은 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이마에는 주의 이름과 하나님(아버지)의 이름이 쓰여 있다. 이 이름을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구체적인 성명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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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

, 13장에서도 짐승의 이름이 사자나 말과 같은 것을 의미하지 않듯이, 또 멜기세덱이라는 이름이 달리 풀이되듯이,(히7:2-3) 그 이름은 여호와의 뜻, 즉 그 법도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어린 양의 이름과 그 아버지의 이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님을 하나님보다 앞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잘못 기록된 것이 아니라 그럴 만한 사연이 있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구약 시대는 하나님께서 직접 치리하셨지만, 신약 시대에 와서는 주께서 원수가 발등상 될 때까지 불가불 왕 노릇하여(고전15:25) 다스리신다. 오늘날 우리가 하나님보다도 주를 먼저 찾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신, 구약 시대를 통틀어 참여하게 되는 14만 4천 명의 성도 중에서 신약 시대의 성도가 구약 시대의 성도보다 서열이 앞서게 되어 있다.(계20:4 참조) “죽이는 자의 직분보다 살리는 자의 직분이 더 크다.”(고후3:7-8)는 바울의 말은 이를 밑받침하고 있다. “지나간 것은 새로운 것의 그림자”(히9:24, 히10:1)라는 말씀 그대로, 구약은 신약의 그림자이다. 그러므로 구약에서 시작한 것을 신약에서 마무리 짓게 되어 있다. 본문 말씀에 ‘어린 양의 이름’이 이마에 쓰인 사람이란 신약 시대의 성도들이고, ‘하나님의 이름’이 이마에 쓰인 사람이란 구약 시대의 성도들이다. 그리고 이름을 쓴다는 ‘이마’는 우리가 알아듣기 쉽도록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육적인 의미의 이마가 아니다. 이마에 이름을 쓴다는 말은 요컨대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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