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이름이 기록되었으니 ‘비밀이라, 큰 바벨론이라, 땅의 음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라.’ 하였더라.(17:3-5)
여자가 ‘붉은 짐승’에 올라타고 있다. 계시록에 나오는 여자들 중에는 어린 양의 아내(계22:17)와 어린 양의 적이 있으며, 여기서 말하는 여자는 후자의 경우이다. 그리고 여자는 붉은 짐승을 타고 있는데, 어린 양의 아내는 ‘백마’를 타고 등장한다.(계19:11) 여자가 탄 붉은 짐승은 몸에 ‘참람된 이름’, 즉 여호와를 대적하는 마귀의 궤휼이 가득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이긴자에게 준 ‘흰 돌’ 위에 기록한 새 이름과는 정반대이며,(계2:17, 13:1 참조) 호세아가 말한 ‘바알들의 이름’(호2:17)을 가리키는 것이다. 또한 이 짐승의 몸에는 ‘일곱 머리와 열 뿔’이 있다고 했는데, 이것은 나중에 상세히 나오지만 마귀의 강한 권세를 상징적으로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는 이 여자의 옷차림이 상당히 화려하여, 어린 양의 아내가 입는 흰 세마포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즉, 이 여자는 ‘자주와 붉은 옷’을 걸치고, 금과 보석과 진주로 장식되어 있다. 이것은 지상의 권세를 잡은 자들의 사치스럽고 화려한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저 벨사살 왕의 고사(故事)를 연상케 한다. 왕은 연회 석상에서 나타난 벽에 쓰인 글자를 해명하기 위해, 당대의 술객(術客)들을 불러오게 하고, 바벨론의 박사들에게 “누구든지 이 글자를 읽고 그 해석을 내게 보이면 자주 옷을 입히고, 금사슬로 그 목에 드리우고, 그로 나라의 셋째 치리자(治理者)를 삼으리라.”(단5:7)고 말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