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7

다 같은 뜻을 갖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교회문을 드나드는 것 자체부터가 개인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주의 부르심을 받고 교회를 다닌다고 해서 다 구원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즉, 다시 ‘빼내심을 얻어야’ 한다. 그러니까 부르심을 입은 자 가운데서 일정한 수를 선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기드온의 군사 300명을 빼내시는 것을 연상케 한다.(삿7:7) 이 ‘뽑힘’은 육적인 말이지만, 영적인 ‘빼내심’이라는 말과 언어상으로는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이 주의 부르심을 받아 열심히 하나님을 섬기는 자 가운데서 선발된 후에는 진실하게 살아야 한다. ‘진실한 자’란 요컨대 주님 본위의 생활을 하며 그 뜻 가운데 움직이는 자를 말한다. 바울은 “빛의 열매는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느니라.”(엡5:9)고 했으며,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良善)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갈5:22-23)라고 하였는데, 이 빛의 열매, 곧 성령의 열매를 맺은 자가 ‘진실한 자’이다. 그러니까 죄를 이기고 하늘의 군대가 되려면 ‘부르심을 입고, 빼내심을 얻고 진실한 자’가 되는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죄를 이긴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계시록 2장에서 말하는 ‘이긴자’와 이 ‘이긴자들’은 그 권능이 다르다. 전자는 남에게 은혜를 물 붓듯 부어줄 수 있을 정도로 성령이 충만하지만, 후자는 자기가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데 그친다. 물론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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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

중에도 바울이나 베드로처럼 남에게 성령을 부어준 사람도 없지 않지만, 그 권능의 강도에 차이가 있어, 물 붓듯 부어주지는 못하며, 또 그것은 불 같은 성령이요, 여기에 ‘이슬’(호14:5)과 ‘생수’(슥14:8)의 축복을 곁들이지 못한다.

또 천사가 내게 말하되, “네가 본 바 음녀의 앉은 물은 백성과 무리와 열국과 방언들이니라. 네가 본 바 이 열 뿔과 짐승이 음녀를 미워하여 망하게 하고, 벌거벗게 하고, 그 살을 먹고, 불로 아주 사르리라. 하나님이 뜻대로 할 마음을 저희에게 주사 한뜻을 이루게 하시고, 저희 나라를 그 짐승에게 주게 하시되, 하나님의 말씀이 응하기까지 하심이니라. 또 네가 본 바 여자는 땅의 임금들을 다스리는 큰 성이라.” 하더라.(17:15-18)

일곱 머리와 열 뿔에 대한 천사의 설명은 계속된다. 천사는 음녀가 앉은 물은 백성과 무리와 열국과 방언을 가리킨다고 하였다. 즉, 음녀의 세력이 온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한 가지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다름이 아니라 열 뿔과 짐승이 음녀를 미워하여 물고 뜯고 하다가 아주 불살라 버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악의 세력끼리 자중지난(自中之亂)이 일어난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다. 즉, 하나님께서 당신의 말씀이 응하여 하늘나라가 임할 때까지 ‘저희 나라’, 곧 마귀가 권세를 휘두를 수 있는 나라를 허용해 주는 동안에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이 ‘음녀’는 땅의 임금들을 지배하는 장본인(張本人)이며,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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