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8

이상(異像)을 보여주거나 영음(靈音)을 들려주는 경우와 이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영음도 들려주는 경우가 있으며, 사도 요한은 이러한 계시를 받은 그대로 기록한 것이다. 이 18장에서도 우리는 그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장(章)은 17장의 연속으로, 첫머리에는 사도 요한이 이상을 본 광경이 기록되어 있고, 다음에 영음을 들은 그대로 적어 놓았다. 즉, 그가 보니 다른 천사, 그러니까 앞에서 말한 일곱 천사 아닌 ‘큰 권세를’ 잡은 천사가 그 영광으로 땅을 환히 밝히면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장면이 나타났다. 이어서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이것은 구약의 이야기를 많이 인용하고 있다. 이는 읽는 사람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 말세에 일어날 일이라고 해서 원자폭탄이나 인공위성을 보여주고, 전자계산기가 어떻고 고고 춤이 어떻다고 들려준다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리하여 천사가 사도 요한에게 한 말 가운데는 구약에 기록된 말씀과 비슷한 대목을 찾아보게 된다.(사13:19-22, 렘51:37, 습2:13-15 참조) 여기 보면, 악의 도성 바벨론이 만국의 대명사가 되어 있다. 이 도성이 무너져 권세를 쥔 땅의 임금과 돈을 가진 상인들의 멸망을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물론 셋째 전쟁 때의 이야기지만, 과거형으로 표현된 것은 반드시 이루어질 일을 들은 그대로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여기 내세운 바벨론은 고대의 문명국 바벨로니아의 서울로, 그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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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

화는 느부갓네살 왕 때에 이루어져 화려한 궁전과 바벨론의 수호신이 있는 장엄한 신전 등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계시록에 바벨론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우상을 섬기고 음란과 사치를 일삼은 죄악의 도성을 상징적으로 내세우기 위해서이며, 결코 문자 그대로의 옛 바벨론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본문 말씀에 바벨론은 음행으로 말미암아 여호와의 ‘진노의 포도주’를 받아 마귀가 주관하는 만국까지도 멸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바벨론과 정반대되는 개념이 곧 ‘새 예루살렘 성’이다. 여기서는 바벨론을 가리켜 ‘귀신과 더러운 영과 가증한 새가 모이는 곳’으로 표현하였는데, 이사야서에는 “짐승들이 거기 엎드려 부르짖고 … 타조가 거기 깃들이며 … 화려한 전(殿)에 들개가 운다.”(사13:21-22)고 하였다.

그리고 본문에 멸망할 자로서 땅의 임금과 상고를 지적한 것은 그들이 악에 제일 물들어 있기 때문이며, 이들뿐만 아니라 마귀의 편에 선 자는 누구나 다 멸망을 면할 길이 없다.

자고로 하나님을 가까이하는 데 권력과 돈은 큰 지장을 준 것이 사실이며, 오늘날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종들도 이것을 경계하여 멀리한 사람이 적지 않다. 모세나 바울도 그랬다. 물론 모세가 왕궁을 뛰쳐나와 하나님의 일을 하고, 바울이 자비량을 갖고 다니면서 곤궁한 가운데에 하늘의 도를 전하게 된 것은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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