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히 기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해가 바뀌어도 아내 사래의 몸에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아브람은 낙심하여 수심에 잠겼습니다.

이것을 옆에서 바라보던 사래는 남편에 대하여 여간 미안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하여 하루는 남편에게, 아무래도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자식을 주시지 않을 모양이니, 여종 하갈과 동침하여 자식을 두는 것이 좋겠다고 넌지시 말했습니다. 아브람은 사랑하는 아내의 갸륵한 청을 받아들여 얼마 후에 하갈이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아브람이 85세 때의 일이며, 그러니까 하나님의 소명(召命)을 받은 지 10년이 지나서였습니다.

나이 86세에 바라던 자식을 두게 되었으니, 아브람이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아브람은 하갈이 임신하게 되자 아내 사래와는 차츰 거리가 멀어졌고, 하갈을 극진히 사랑하는 한편, 하갈은 하갈대로 주인의 아기를 배게 되면서부터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즉 자기도 이제는 보잘것없는 하녀가 아니라, 이 집안의 대를 이을 자손을 뱃속에 품은 어엿한 아내임을 자부하고, 자식을 낳지 못하는 사래를 멸시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딱하게 된 것은 사래였습니다. 남편의 사랑은 점점 식어가고 하녀에게까지 괄시를 받게 되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래는 남편에게 항의했습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 지금까지 희생해 왔는데, 이제 와서 괄시하기냐고 말입니다. 그러자 워낙 애

160 에덴의 메아리3권
Chapter 5

처가였던 아브람은 지금까지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아내 사래가 측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갈은 어디까지나 당신의 여종이니 맘대로 다루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래가 하갈에게 앙갚음을 하게 되자, 하갈은 견디다 못해 본향인 애굽으로 돌아가려고 집에서 몰래 도망쳤습니다.

이때 하늘에서는 아브람의 자식을 잉태한 하갈을 외면할 수 없어, 천사를 내려 보내 하갈에게 돌아가서 여주인을 섬기라고 전하고, 하갈이 낳을 아이 이름을 이스마엘이라고 지으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천사는 세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이 잉태할 것을 예고하면서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라고 지시하고, 또한 마리아에게 장차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부르라고 일러준 가브리엘 천사장입니다. 이 천사장은 하늘에서 특별한 축복을 내릴 것을 알려주는 임무를 맡고 있는 것입니다.

이 하갈이 낳은 이스마엘은 오늘날 아랍 민족의 조상으로, 당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래가 낳은 이스라엘 민족과 분쟁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두 민족은 씨가 같고 배가 다른 사이이며, 근 4천년 동안 앙숙으로 지낸 것입니다.

아브람이 이스마엘을 낳고 그 아들을 애지중지하며 기르는 한편, 이스마엘을 낳은 하갈을 너무나 끔찍이 아껴, 사래는 더욱 큰 설움과 고독을 느끼는 가운데 13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 믿음의 조상으로 삼을 것을 언

에덴의 메아리3권 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