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7

주의 피 권세로 그 수를 채우는 자, 곧 이긴자에게 가르쳐 주시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계3:12 참조)

주님께서 “너희들 중에도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는 것을 볼 사람도 있다.”(마16:28)고 하신 말씀을 듣고 제자들은 어리둥절하여 말문이 막혔으나, 그렇다고 얼굴에 노골적으로 그런 기미를 나타낼 수 없어 마음속으로 은근히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주님은 그것을 알아차리고 엿새 후에 수제자 베드로, 그리고 가까운 제자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높은 산에 올라가,(마17:1) 당신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좀 더 분명히 입증하기 위해, 우선 이들 앞에서 홀연히 변모하는 동시에 모세와 엘리야의 모습을 비몽사몽간에 나타내 보였습니다. 그때 베드로가 “주님, 우리는 여기 있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초막 셋을 지어 주님과 모세와 엘리야에게 드리려고 합니다.”(마17:4) 하고 말했습니다.

제자들은 홀연히 광채가 나는 흰 옷을 입고 계신 주님과, 여기 곁들여 모세와 엘리야의 모습을 보고 무서워 벌벌 떨었습니다. 이런 초인적(超人的)인 주님으로부터 무슨 말이 떨어질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때 하늘에서 음성이 들려 왔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저의 말을 들으라.”(마17:5) 왜 하늘에서 주님의 제자들에게 새삼스럽게 주님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강조했을까요? 당시에 주님의 주위에 모인 사람은 물론, 제자(수제자 베드로를 포함해서)들까지도 주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사실상 믿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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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

기 때문입니다. 하긴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한 일입니다. 그만큼 오래 때 묻은 우리의 고정관념(固定觀念) 또는 일반 통념(通念)을 바꾸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진리를 알아보는 눈이 흐려 세상에 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동서고금의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다 그런 것입니다.

당시에 제자들은 주님을 모세나 엘리야 정도의 대 선지자로 알았을 뿐, 이들 두 선지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는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들의 머리에는 모세나 엘리야와 같은 대 선지자의 이미지(인상)는 깊이 박혀 있었지만,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부터가 무척 생소하였던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어제까지만 해도 목수 노릇을 하던 사람을, 몇 가지 이적을 행했다고 해서 “아이고, 하나님의 아들이시군요!”하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 베드로를 남의 일로만 생각지 마십시오.

세 제자들은 구름 속에서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렇다고 진심으로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라 믿고 끝까지 따랐느냐? 그렇지 못했습니다. 제자들은 주께서 운명하고 승천하신 연후에도 긴가민가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것이 믿음입니다.

이윽고 주님은 산에서 내려오면서 제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내가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기까지는 너희가 본 것을 남에게 말하지 말라.”(마17:9) 주님은 왜 이렇게 이들에게 함구령(緘口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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