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한 사상이 깃들어 있는가 하면, 평범한 대화 속에 서릿발 같은 경고가 가려져 있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어느 한 구절도 무심히 보아 넘길 수 없는 것이 성경입니다.
하루는 주님을 따라 전도에 나선 제자 한 사람이, 부친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집에 다녀와야겠다고 주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이것은 자식된 도리로서 당연한 일이며, 주님은 마땅히 허락해주셔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들이 장사를 지내게 하고, 너는 나를 따라 오라.”(마8:22)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상주가 되는 장본인은 물론, 옆에서 함께 듣던 다른 제자들도 어안이 벙벙하여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아니, 아버지의 장사도 지내지 말고 전도를 하란 말인가?” 당연한 의문이자 항의이기도 합니다. 아니 이것은 분명히 부모를 공경하라는 법도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주님은 그렇게 말씀했을까요? 주님은 법도의 경중을 염두에 두고 계신 것입니다. 즉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과 부모에게 효도하는 두 가지 법도 중에서 전자를 앞세우고 계신 것입니다. 두 가지 다 소중한 일이지만,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가려야 할 때에는 언제나 하나님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하나의 본보기이기도 합니다.
주님의 말씀 가운데 “죽은 사람들이 장사를 지내게 하라.”는 이 ‘죽은 사람들’이란 물론 하나님의 선민, 이스라엘 백성을 가리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