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님의 제자들을 괄시할 수 있었겠습니까? 괄시하기는커녕 제자들에게 잘 보여야 군수나 면장이라도 얻어걸릴 판이니, 제자들을 받들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제자들을 지방에 전도하러 보내면서 ‘전대나 주머니나 신’을 갖고 다니지 말라고 일렀습니다.(눅9:1) 그런데 나중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는 전대 있는 자는 가질 것이요, 주머니도 그러하고 검 없는 자는 겉옷을 팔아 살지어다.”(눅22:36)

왜 이렇게 정반대되는 말씀을 했을까요? 상황이 달라진 것입니다. 즉 한때는 기사와 이적에 의한 주님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제자들이 어디 가나 병고치고 권능을 행하면 환영을 받았으므로 전대나 주머니 같은 것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었습니다. 옷도 생기고 음식도 배불리 얻어먹고 노자도 넉넉히 타서 썼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그 후에 70문도를 전도하러 각처에 내보내었는데(눅10:1) 역시 반응이 좋아 많은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들도 제자 못지않은 대접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주께서 영적인 말씀을 터뜨려 당신의 정체(正體)를 드러내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차츰 떨어져 나갔습니다. 즉 “나로 말미암지 않고서는 하늘나라에 갈 수 없다.”(요14:6)느니,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요6:53) 하고 설교하게 되자, 그들은 고개를 옆으로 설레설레 젓는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해방을 기대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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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

앞에서 이 얼마나 어이없는 소리입니까! 그러나 주님은 십자가를 지실 날은 정해져 있고 해서, 불가불 당신의 위치를 밝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기대에 어긋나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자들도 저희끼리 모이면 수군거렸습니다. 그래서 주께서 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들도 날 버릴 테냐?”(요6:67) 얼마나 안타까운 질문입니까!

주님은 처음에 영적인 말씀은 되도록 삼갔습니다. 유명한 ‘산상 수훈’에서도 주님은 영적인 의미로 한 말을 사람들은 육적인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렇다고 이 ‘산상 수훈’이 매우 깊은 말씀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요,”(마5:3) 이렇게 시작하는 산상 수훈의 말씀들은 덕을 강조하고 있지만, 영적으로는 아직 초기단계에 속합니다.

그런데 주님이 깊은 진리(眞理)를 전하자 인기는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니 주님의 이름으로는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전대도 주머니도 준비하라고 일렀습니다. 전에는 주의 명성 하나로 먹고 입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으나, 이제는 국면이 달라져 주의 힘으로는 그게 안 되게 생겼으니 어떡합니까? 전에는 주님이 메시아로 소문이 났으나, 이제는 죽일 놈으로 알려져 있는 것입니다.

이건 비단 주님 당시에만 있었던 일이 아닙니다. 똑같이 하나님을 공경하여도 지도자의 인기가 상승할 때에는 따르는 사람들이 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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