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3

없느니라.”(요14:6)고 말씀하였던 것입니다. 당시에 비천한 농사꾼이나 어부들을 모아놓고 던진 시골 청년의 이 말은 남을 웃기기에 꼭 알맞았으나, 사실은 매우 두려운 이야기였습니다. 주님은 당신의 말이 먹혀 들어가지 않으므로 중요한 말씀은 운만 떼어놓고, 바울을 내세워 할례를 폐지시키고 새로운 율법(자유율법)을 반포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바울도 처음에는 수세(守勢)에 몰려 할 말을 못하고 은인자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할례를 폐지시키는 사명을 맡은 바울이 디모데에게 할례를 하게 한 것으로도 짐작 할 수 있습니다.(행16:3) 바울은 주위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여 부질없는 말썽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잠정적으로 디모데에게 할례를 시켰던 것입니다. 디모데는 바울의 수제자로 부친은 헬라인이고 모친은 유대인이었습니다. 바울은 물론 디모데에게 할례를 시키지 않아도 얼마든지 제자로 삼을 수 있었지만, 처음에는 남의 이목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당시에 할례를 폐지시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던가 하는 것을 미루어 헤아릴 수 있습니다.

당시에 하나님의 선민인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세의 율법을 그대로 국법으로 간주하고 지켜왔으며, 이를 어긴다는 것은 하나님과 국가에 이중으로 범죄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그 폐지를 공공연히 주장하고 나서는 자가 있다면, 설사 그것이 하나님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눈에는 용납할 수 없는 이중 범법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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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주되는 것이었습니다. 바울이 얼마나 어려운 사명을 맡았는지 알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늘에서도 그 종을 신중하게 택해 세웠던 것입니다. 바울이 주의 종으로 택함을 입게 된 가장 큰 동기는 당시에 일곱 집사의 한 사람이요 ‘주의 증인’인 스데반을 핍박하여 피를 흘리게 하고,(행22:20) 예수를 믿는 자들의 집에 들어가 남녀를 막론하고 무조건 끌어내어 감옥에 넘겨 버리는 등,(행8:3) 하나님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발 벗고 나서는 그 뜨거운 충성심에 있었습니다. 주님은 하나님의 우편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보시고 하나님에 대한 사울(바울)의 갸륵한 충성심을 높이 평가하여 그를 당신의 종으로 택하기로 작정했던 것입니다.

바울이 주의 제자들을 잡아서 예루살렘 감옥으로 보내기 위해 살기가 등등하여 다메섹으로 가는 도중에 주님의 부름을 받은 것은 그에게 일대 경종이었으며, 신앙에 180도의 전환을 가져온 계기가 되었지만, 그는 당시에는 자기의 사명이 얼마나 무겁고 중대한지를 미처 몰랐습니다. 그러나 그 후 계속해서 주님으로부터 이상 중에 보여주고 들려주는 지시 내용을 검토해 본 결과, 지금까지 자기가 하나님께 몸 바쳐 충성한 일들을 하나님께서 조금도 달가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큰 부덕과 죄악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태도를 돌변하여 전에 자기가 잡아 죽이려던 자들의 편에 서서 열렬히 주님을 증거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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