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유명한 소설가 도스토예프스키가 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라는 소설에 어떤 신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신부는 매우 경건한 생활을 한 선량하고 성실한 분입니다. 그가 죽게 되자 사람들은 그 시신도 아름답게 되어 있을 줄 알고 가 보았더니 그 모습이 몹시 흉하여 실망하게 됩니다. 나는 이 대목을 읽고 과연 그럴 수밖에 없다고 회심의 미소를 지은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받고 있는 성령의 은총은 모두가 보혈의 공로에 의해 비롯되는 것입니다. 짐승의 피로 육적인 자범죄 밖에 씻지 못하던 구약 시대와는 달라서, 주의 피로 말미암은 생수는 원죄와 유전죄도 씻어 맑힐 수 있습니다. 영은 하늘에 속한 것이므로 하늘의 존재인 주의 피가 아니고서는 정결해질 수 없습니다.
우리의 영은 핏속에 있으며, 따라서 피가 정결해지면 영이 맑아지고, 피가 불결하면 영도 흐려지게 마련입니다. 피를 움직이는 것은 영이며, 피가 정지되면 영은 떠납니다. 이때 성령이 주관하는 영과 악령이 주관하는 영은 각각 가는 곳이 다릅니다. 하나는 지성소로, 하나는 음부로 떠납니다.
부모로부터 더러운 피를 받고 태어난 사람이 일생 죄 안 짓고 살아도 구원받을 길이 없습니다. 이 피를 주의 피로 깨끗이 씻는 것이 기독교의 특징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수양에 힘쓰면 어느 정도 마음이 선해질 수 있지만 영은 씻어지지 않습니다. 피 자체를 맑힐 수 없기 때문입니다.